2008. 12.

우리나라에서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충남 홍성 땅과 안면도 사이 바다 천수만이 알려져 있다. 충남의 내해와도 같은 천수만을 붉게 물들이고 안면도 너머 서해로 지는 아름다운 일몰을 파인더에 담아 보려고 궁리 포구의 선착장에 차를 대고 시계를 쳐다보았는데 일몰은 시계의 초침과 함께 먹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천수만 너머 서해로 해가 진 것이 아니라 천수만 위에서 갑자기 해가 사라져버린 뒤에 가벼운 탄식을 삼키며 동편 하늘을 보니 보름을 향해 차오르고 있는 초저녁 반달이 걸렸다. 누가 사진은 내가 찍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가 찍는 것도 아니며 하늘이 찍는 것이라 했다. 해가 천수만 위에서 홀연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동안 허겁지겁 셔터를 눌러댄 결과물을 해가 사라진 뒤에 확인해보니 그 사진들이 역시 못 찍은 사진 한 장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뻔하다. 이 사진들은 그저 하늘이 그때의 날씨가 찍은 사진들이기 때문이다. 2008. 12.

 

진사인척 허접 DSLR 들고 짐짓 폼잡고 다니던 찍새 시절에 찍은 사진들 그리고 그 사진들에 얹어 끄적여 놓은 되도 않은 잡문들이다.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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