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시중에서 팔리는 활어회의 대부분은 양식 산이다. 그러므로 그 활어회의 산지는 양식장이다. 파도가 거칠고 수심이 깊은 우리나라 동해안은 활어 양식장으로 적합하지 않으니 양식장 대부분은 남해안 서해안에 몰려 있다. 동해안 바닷가 활어회집들이 서울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런 연유일 것이다. 당연하다. 동해안 항구는 활어회로 보자면 산지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이고 생산원가에 보태지는 운송료가 가장 비쌀 것이니 어찌 활어회 값이 비싸지 않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항구 도시인 부산에 가면 활어회 값이 무척 쌀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 짐작은 부분적으로만 옳다. 우선은 부산이 활어 양식장이 밀집한 남해 해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대도시이므로 원가를 뺀 운송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이고 먼 곳에서 찾아와 활어회를 찾는 관광객들의 수요까지 더해져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부산이 활어회의 산지이기 때문에 횟감이 쌀 것이라는 것은 오해라는 점이다.

이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까닭은 내가 부산에서 자랐다는 것, 성년에 이르기까지 부산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가지는 오해 즉 내가 회를 많이 먹었으리라는 부러움 섞인 코멘트 때문인데 이건 오해이자 무지에 가깝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사실 우리가 활어회를 외식 메뉴로 접한 세월이 얼마나 되었는가? 내 기억으로는 우리가 외식으로 활어회를 즐긴 것은 그다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수산물 양식이 대량으로 이루어지고 활어를 보관할 수 있는 수조가 대량으로 보급된 이후의 일이다. 그러니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회를 즐겨 먹었으리라는 것은 오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굳이 산지를 따지자면 부산이 산지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이 있기는 하다. 부산은 우리나라 최대 무역항임과 동시에 최대 어항이라 부산항에는 먼 원양에서 조업을 끝내고 돌아온 대형 어선과 가까운 근해로 조업을 떠나는 어선으로 항시 붐빈다. 그래서 그 바다에서 대규모로 어획된 갖가지 생선들이 넘쳐 나고 부산항에 인접한 곳에는 대규모 냉동 창고와 어류가공 공장, 공판장이 즐비하니 그래서 부산이 바로 오뎅의 본 고장이자 활어회가 아닌, 냉동 생선의 본 고장이 된 것이다. 그래서 가끔 부산을 찾을 때 마다 들리는 곳은 횟집이 아니라 자갈치 시장의 생선구이집이다.

부산의 음식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나이브하다. 그래도 합리적 가격이 매겨진 생선구이 정식에는 두툼한 넙치와 갈치, 고등어구이가 푸짐하게 올라오고 생선 기름이 떠다니는 선지국 한 그릇에 부산의 막걸리 생탁을 한 병 곁들여 먹는 맛은 타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바로 부산만의, 자갈치만의 맛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먼 곳에서 부산을 여행하려는 사람이라면 부산에서 활어회를 싼 값에 잔뜩 먹을 수 있겠다는 환상은 버리고 오히려 자갈치 시장의 좌판에 널린 뜨끈한 오뎅 과 맛난 생선구이집을 찾기를 권한다. 200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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