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여름 더위에 입맛을 잃어 버렸다가 최근 물고기 대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시원한 대구탕 한 그릇 생각이 간절해졌다. 마침 계모임 약속이 잡혀서 자타공인 미식가 계원에게 대구탕 잘하는 집 아시냐 물었더니 마포에 대구탕으로 괜찮은 집이 있다 하여 그곳으로 모임 장소를 정했다. 약속 당일 카카오톡에 첨부된 지도로 약속 장소를 찾았더니 마포 가든호텔 뒤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집이라 과연 맛집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할 위치구나 싶었다. 옛날에는 입소문으로 요즘은 검색빨로 영업하는 음식점이 구태여 임대료가 비싼 한 길가에 영업장을 낼 이유는 없을 것이다. 지도 검색을 하고도 다소 어렵게 찾아간 대구탕을 전문으로 한다는 음식점 내부는 의외로 조명이 밝고 인테리어가 잘된 느낌일뿐더러 규모도 상당했다. 허리띠 풀고 맛난 안주에다 단 술을 푸기 위해 먼저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화장실 역시 청결상태가 훌륭했다. 우선 대구찜, 대구전, 임연수어 구이, 코다리찜 순으로 음식을 시켰는데 이런 메뉴라면 어지간한 똥손이 조리하더라도 맛있을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음식 접시가 바뀔수록 내가 어떤 특정한 맛집에서 음식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페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외 없이 한 술 하는 술꾼 모임의 식탁 위에 쌓여 가는 소주병이 암시하는 바 소주의 사카린 성분과 또 술기운에 내 미각이 마비되어 가는 탓이 아닌가 싶기는 했다. 아무튼 술꾼의 마무리는 뭐니 뭐니 해도 밥과 탕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맛집이라고 찾아간 그곳을 추천할 수 없는 까닭은 마무리 메뉴로 분명 대구 맑은탕을 시켰는데 정작 나온 것은 대구 매운탕이더라는 종업원의 부주의 탓에 상한 빈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업소 규모도 만만치 않은데다 술 거하게 마시고 나서야 둘러보니 손님도 거의 만석이라 주문 상을 시간에 맞춰 차려내려면 표준화된 조리법에 따라 음식을 조리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렇게 내온 음식에서 페스트푸드의 맛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겠는데 그래도 이 집을 맛집으로 추천하기에는 부족하다 생각 하자니 이래저래 요식업 해먹기 힘들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여름 들어 잃어버린 입맛은 입추와 처서 지나 대구탕 집에서도 찾지 못했다. ★★★☆☆ 201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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