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부민옥
2024. 4. 18.
유튜브에서 육개장 맛집으로 을지로 부민옥이라는 상호를 소개 받고 오늘 점심 때 육개장 한 사발 했다. 주문한 육개장 받아 숟가락으로 국물 한 입 떠먹으니 나도 모르게 ‘이 맛이야’(*) 소리가 나왔다. 비록 반은 미원 맛이겠거니 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동안 잊고 지내온 육개장 맛 바로 그 맛이었다.
다만 을지로 부민옥 육개장에는 흔한 고사리는커녕 숙주 한 올 들어있지 않고 오직 굵은 대파와 투박하게 숭덩숭덩 썰어낸 소고기 양지 그리고 고추기름 동동 떠다니는 국물로만 맛을 내었는데 잔기술을 부리지 않고 기본기로만 승부하는 진정한 요식업계의 파이터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육개장 떠먹으며 메뉴판을 보니 식사 메뉴로 육개장과 양곰탕이 주 종목이고 술안주 메뉴로는 양무침이 대표 선수로 보였다. 식사 하는 동안 테이블 창밖에 쌓여 있는 술병들이 이 집 양무침의 실력을 말없이 증명하여 언제 지인들 꼬득여 양무침에 소주 한 잔 해야지 했다.
할배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이 찐 맛집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내 육개장 대접이 비워져 가는 사이 할배들이 오가고 있었고 마성의 짠맛 육개장 국물을 흰 쌀밥과 함께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떠먹다보니 어느새 육개장 대접이 바닥을 보였다. 육개장 한 사발 잘 말아 먹고 나니 그제야 감량 걱정에 시름만 남았다. ★ ★ ★☆ ☆
(*) 연기자 김혜자는 내 어릴 때 흑백 TV 광고에 출연했는데 그때 미풍이라는 인공조미료 선전을 하며 ‘그래 이 맛이야’라는 광고 카피로 빅 히트를 쳤다. 하지만 미풍은 미원이라는 당대 경쟁 히트 상품에 밀려 판매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천하의 제일제당 미풍이 끝내 극복하지 못했던 라이벌 미원의 광고는 오랫동안 연기자 고두심이 맡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일전 김혜자가 출연한 유키즈를 보는데 본인은 실은 연기자 생활에 바빠 살림살이란 것을 제대로 해본 적 없어서 음식이나 생활용품 같은 것을 광고할 때면 계면쩍다고 했다. 유키즈 말미에 진행자가 내는 퀴즈를 출연자가 맞히면 정답을 답하면 출연자에게 상품으로 현금 이 백만 원을 주는데 영민한 김혜자는 단박에 퀴즈를 맞췄고 상금을 진행자와 스탭들 회식하시라 통 크게 쾌척하는 장면을 봤다. 그 장면을 보며 역시 김혜자라는 분, 대배우이면서 살림살이하는 주부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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