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세한도
국립중앙박물관
2024. 1. 17.
며칠 전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에서 세한도(歲寒圖)를 전시한다는 뉴스를 봤다. 오늘 오전 창밖에 눈이 펑펑 내리 길래 세한도 구경하기 딱 좋은 날이다 싶어서 오후에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가서 세한도 구경했다.
세한도는 조선 후기 정치 관료이자 학자인 김정희(金正喜)가 1844년 제주도 유배 중에 변함없이 자신을 도와주는 중국어 통역관이자 제자인 이상적(李尙迪)의 후의에 감사하는 뜻으로 그려 준 문인화이다. 그림 제목인 세한도는 공자님의 말씀을 엮은 논어에 등장하는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것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는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공자님이 틀린 말씀을 남긴 적 없다. 작품 안내 문구에 따르면 그림에 붙은 한자 글은 김정희가 이 그림을 그려 이상적에게 주는 경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선 시대 손 꼽히는 천재 중 한 사람이고 핵인싸 집안 출신에다 한때는 잘 나가는 고위 관료였으나 - 그거 믿고 까불다가 - 정적들에게 미운 털이 박혀 정치권에서 축출 당하여 유배까지 가는 개털이 되어 버린 본인을 잊지 않고 어렵게 중국에 얻은 귀한 책을 선물해준 이상적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뜻이라고 한다. 잘 나간다고 까불지 마라 너 그러다 개털 된다, 이것 또한 후손인 오늘날 우리를 위해 겨레의 스승 추사 김정희 선생께서 남기신 교훈이라면 교훈이라 하겠다.
하여튼 세한도가 걸작인 이유를 어릴 때는 몰랐는데 이제와 살펴보니 나이브한 그림 자체 보다는 위와 같은 그림에 얽힌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그린 사연 때문일 것이다. 세한도 보기 좋은 날 못 찍은 사진 몇 장과 함께 국보 세한도를 직관하고 온 소회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