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히드로공항 터미널 5
독일 함부르크 출장 비행편 기다리던 중
London Heathrow Airport Terminal 5
2012. 4. 11.
이륙하는 비행기를 쳐다보며 어디론가 멀리 날아갔으면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 나와 나를 둘러싼 갑갑한 모든 것들이 달라질 것 같았다. 바라던 대로 멀리 멀리 날아가 먼 영국에서 살아봤는데 영국에서도 나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모든 것이 그대로 였다. 영국에서도 그저 때로 기쁘고, 그저 때로 후달리며 살았다.
하지만 이제 서울로 돌아와서도 이륙하는 비행기 사진만 봐도 멀리 훨훨 날아갔으면, 그러면 지금의 나와 나를 둘러싼 갑갑한 모든 것들이 달라질 것 같다는 기대를 품는다. 훨훨 날아가봐야 변할 것 없다는 것을, 달라질 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기대, 머리 깎고 면벽수도하는 사람들이 생긴 이유가 바로 그 헛헛한 기대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일 것이다.
황동규의 시에 보면 단순한 남자가 되려고 결심한다 했더만, 그 구절이 좋더만 다만 내가 사는 꼴도 허접한 내 잡문도 그저 거시기할 뿐이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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