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

TATE BRITAIN, MILLBANK, LONDON, UK

2012. 4.

 

런던 내셔널갤러리에는 우리가 교과서에서나 봤던 걸작 회화 작품이 너무 많아서 중세부터 20세기 초까지 서유럽 회화작품 중 걸작들은 모두 런던에 모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셔널갤러리는 19세기에 세워졌는데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대영제국의 부유함이 그 걸작들을 런던으로 끌어 모은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내셔널갤러리의 컬렉션이 방대해지자 내셔널갤러리 뒤편에 초상화만을 따로 모아 전시하는 런던 내셔널포트레이트갤러리가 세워졌고 이마저도 전시공간 부족으로 급기야 내셔널갤러리의 소장작품 중 영국 화가 작품들을 따로 모아 전시하는 미술관이 세워졌는데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이 그곳이다. 테이트 브리튼에서는 근대 영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원 투 펀치, 윌리엄 터너와 존 컨스터블 이외에도 19세기말 활약했던 밀레이나, 로제티, 에드워드 번 존스와 같은 영국 대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영국 살 때 테이트 브리튼을 두 번 찾아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중 한번은 테이트 브리튼에서 피카소 특별전이 열렸을 때였는데 개인적으로 피카소의 작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본 적이 없어서 전시장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게다가 고전파 양식이 주를 이루는 19세기 후반 영국 화가들의 작품 역시 딱히 내 기호라 할 수 없어서 테이트 브리튼의 전시 작품 중에 나를 감동시킨 인상적인 작품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오히려 1897년에 완공된 테이트 브리튼 건물 앞에서 나는 늘 내가 런던에 있음을 실감하곤 했다. 테이트 브리튼은 런던 지하철 핌리코역에서 걸어 십 여분 걸리는 밀뱅크(Millbank)라는 동네에 있는데 런던 중심가의 번잡함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어 관광객들이 거의 찾지 않는 동네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 19세기 후반 석조건물이 들어앉은 모습이 런던답다 싶었다. 한때 테이트 브리튼은 현대 미술작품들도 전시했다는데 2000년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완공되어 현대 미술작품들이 테이트 모던으로 옮겨가자 영국 작가들의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전시 공간으로 남았다. 이후 테이트 브리튼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더욱 뜸해진 것 같은데 런던 시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템스강 물길을 따라 서덕(Southwark) 쪽의 테이트 모던과 밀뱅크의 테이트 브리튼 사이에 쾌속선 테이트 보트(Tate Boat)를 운항하여 사람들의 발길을 테이트 브리튼 쪽으로 유도하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이 쾌속선을 몇 번 이용해보았는데 나는 물론이려니와 다른 승객들 모두 빅벤이나 런던 아이, 워털루 브리지 같은 런던의 대표 랜드마크들이 밀집해있는 웨스트민스터 부두에서 내려버리고 그 상류에 있는 테이트 브리튼까지 쾌속선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따사로운 봄날 런던의 햇살 아래 데이트 브리튼 건물 앞 벤치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기억은 내가 런던에서 챙겨온 아름다운 기억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데이트 브리튼의 전시 작품들도 마음에 또 사진으로 담아올 것을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좋은 추억은 언제나 조금의 아쉬움과 함께 남는다는 것, 그런 것이리라. 다시 런던으로 돌아갈 일이 있다면 그때 제일 먼저 찾아가고 싶은 곳은 문지방이 닳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내 발길이 잦았던 내셔널갤러리도 아니고 테이트 모던도 아니고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테이트 브리튼이라는 것을 못 찍은 사진 몇 장을 두고 생각해본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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