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올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서울의 강과 하천변으로 난 자전거길 주변의 수많은 시설물들이 불어난 하천 강물을 견디지 못하고 속절없이 쓸려나갔고 하천 가까이 뿌리를 내렸던 많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쓰러져버렸다. 비가 그치자 관할 관공서들이 서둘러 복구 작업에 나서 범람한 하천물길에 쓸려나간 자전거길과 많은 관련 시설물들이 복구되었지만 쓰러진 나무들은 대부분 일어서지 못하고 톱으로 베어져 그 삶을 다했다.

그렇게 폭우로 삶을 다한 나무들 중에는 힘든 자건거 라이딩 도중 나에게 그늘과 휴식을 내어주던 나무들도 많았다. 비가 그치고 가을이 완연했던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하천변 자전길에 자전거 타고 나가 보았더니 강가에 바짝 붙어 뿌리를 내린 나무 중 그 무시무시한 폭우를 견디고 의연히 살아남아 서 있는 나무를 보았다. 나무 가지에 걸린 쓰레기 뭉치들은 거기까지 물이 차오른 흔적이며 고난을 견디고 살아남은 생물이 누리는 훈장일 것이고 하천 방향으로 난 가지가 뭉텅이로 잘려나간 흔적은 고난 끝에 누리는 영광의 상처같은 것이리라.

오늘 월요일과 화요일 남부지방에 엄청난 위력의 태풍 힌남노가 상륙할 것이라고 한다. 그 태풍이 물러간 뒤 또 많은 나무들이 제 삶을 다할 것이고 살아남은 나무들은 가을빛으로 물들어 갈 것이며, 나무들이 쓰러진 자리에 봄 바람을 타고 날아온 씨앗 아래로 새로운 나무들이 그 뿌리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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