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 이우림 │ 2016 │ 서울미술관
2016. 9.
지난 여름 심한 골절상을 입어 편하게 움직일 수 없었기에 미술관 전시회라 전시회 많이 찾아 다녔다. 이번 가을에 지인들과 가벼운 북악산 산행 길에 올랐고 산행 끝에 자하문 손만두집에서 슴슴한 만둣국 한 사발 먹은 후 서울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지난 겨울에는 서울미술관 크리스마스트리가 외로워 보일 만큼 관람객이 없었는데 오늘 서울미술관 관람객은 미어터진다 싶을 만큼 관람객으로 꽉 들어차 대체 이게 왠일인가 싶어 전시 테마를 다시 쳐다보니 『연애의 온도』라는 제목이다. 연애란 것이 혼자되나? 그런데 연애의 온도를 측정하러 온 관람객들 중 남녀는 드물고 압도적으로 여성들만 바글바글할 뿐 더러 그 속에 어울리지 않게 문화탐방 하겠다고 억지춘양 격으로 나를 따라 미술관까지 찾아온 아재들이 섞여 있었다. 그래도 억지춘양 아재들은 비싼 관람료가 하나도 안 아깝다며 물 좋다며 다들 입이 귀에 걸렸다. 아재들은 그렇다 치고 이 땅의 아줌마들은 다들 어디 있기에 미술관 물을 등산복 입은 아재들이 다 더럽혔단 말인가? 아줌마들 긴 명절 끝에 찌짐 뒤집느라 기력 다 빠져서 방안에 철퍼덕 엎어져들 있으려나. 아쉽게도 연애의 온도를 감지해본 지 너무도 오래 되어 그래픽으로 작화한 작품들을 프린트에 옮겨 놓은 전시물들이 주종을 이루는 연애의 온도는 내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고 레플리카(replica)로만 잔뜩 채워놓은 미술관 아래 층 이중섭 테마전 역시 장삿속을 들여다본 것 같아 씁쓸했다.
그래도 오랜만의 미술관 나들이였으니 인증샷 한 장은 찍어야 할 것 같아서 둘러 보다 찾은 것이 「꽃밭에서」라는 작품이다. 이 밤 찍은 사진 한 장을 앞에 두고 보니 작품은 잘 모르겠고 나를 따라 억지춘향격으로 미술관을 찾은 아재들 마냥 나 역시도 꽃밭에서 므흣했나 보다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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