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에 재미를 붙이면서 DSLR을 마련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관심 영역은 사진보다 카메라로 옮겨 가더니 급기야 필름 카메라를 하나 장만하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지고 관련 책들을 구해 읽는 수선을 피우고 말았다. 그 결과로 롤라이니 라이카니 니콘 FM2니 하는 클래식 필름 카메라의 명기들을 알게 되었는데 싼값에 필름 카메라의 묘미를 얻을 수 있다는 책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필름 카메라들의 가격이 고성능 DSLR에 못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그저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그렇게 인터넷 검색만 하며 아쉬움을 달래던 차에 확실히 궁하면 통하는 법이라더니 가격조건이나 내 시각적 취향을 고루 만족시키는 필름 카메라를 발견해냈는데 바로 1980년에 출시된 모델, 펜탁스 미 슈퍼(PANTAX ME SUPER)였다. 그 날부터 인터넷 중고장터를 들락거리며 일금 16만 원 정을 주고 마련한 펜탁스 미 슈퍼를 손에 넣은 순간 렌즈 교환식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임에도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 메탈 바디가 전하는 손끝의 질감, 파인더 안에 셔터 스피드가 표시되는 조리개 우선모드를 지원하여 수동 카메라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나와 같은 초보들에게 최적인 기능성까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펜탁스 미 슈퍼의 최초 모델이 되는 펜탁스 K 모델은 1975년에 처음 출시되었는데 지금도 카메라를 만질 때마다 30년 전에 이런 광학기기를 설계해낼 수 있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감탄을 금할 길 없어진다.
이 멋진 펜탁스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무엇을 찍을 것이며 얼마나 필름 카메라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까? 그간 DSLR에 이런 저런 렌즈를 물려본 결과가 신통치 않았음을 확인한 바 있으니 이 필름 카메라가 무슨 신공을 부릴 것으로 믿지 않는다. 그래도 펜탁스 미를 손에 쥔 순간이면 마음 가득 즐거움을 금할 길 없으니 확실히 내 취미는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인 모양이다.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