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을 즐기는 스포츠로 여자 프로배구 경기를 몇 해 전부터 보아왔다. 우리나라 여자 프로배구 리그는 모두 7개 팀이 경기를 펼치므로 전 팀의 선발 주전 선수라고 해봐야 42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 주전 선수들은 물론 이른바 웜업존에 대기 중인 예전에는 교체선수, 후보선수라 불리던 선수들의 면면까지 대부분 알고 있다. 이 여자 프로배구 선수 중 IBK기업은행팀에서 센터 포지션 주전으로 뛰는 김수지라는 선수가 있는데 갓연경 그 김연경의 동갑내기 절친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고 더구나 2021년 도쿄하계올림픽의 여자배구 대표팀에 선발되어 인지도를 높힌 터라 유튜브는 물론 공중파 방송에서 김수지가 출연한 장면을 더러 보았으며 이를 통해 김수지라는 여자 프로배구 선수를 두고 괜찮은 선수구나 하는 호감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올 2021-2022 우리 프로배구 시즌개막 이후 김수지가 소속된 IBK기업은행팀은 7연패를 당하는 어려움을 겪고 말았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사람들이 IBK기업은행팀의 올 시즌 경기력 부진의 원인을 찾던 중 주전 선수들이 감독이 못 마땅해 태업을 했다는 논란이 보도되기 시작했으며 선수와 코치가 선수단을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구단은 선수들이 태업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선수단을 이탈한 선수와 코치를 징계하기는커녕 오히려 단장과 감독을 해임시켜버리는 무리수를 두더니 감독 사퇴 이후 선수단을 이탈했다는 코치를 감독대행에 앉히는 악수까지 둬서 이른바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며칠 간 IBK기업은행팀 구단 선수단을 이탈한 선수와 코치를 비난하기 기사들이 매체판에 도배가 되었을 뿐 더러 유튜브에는 구단 프론트와 코치, 선수들을 비난하는 수많은 영상들이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수단을 이탈했다가 감독 해임 뒤에 감독대행으로 그 자리에 앉은 코치 김사니가 쿠데타를 주동했다 하여 ‘전두사니’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 일이다.
그런데 선수와 코치가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일 때 팀을 이탈하여 팀을 혼란에 빠트렸다는 것은 팩트이지만 주전 선수들이 태업을 벌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IBK기업은행팀 선수들 이름이 거명되더니 그 선수들이 태업을 했다는 것이 마치 사실인양 이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진과 함께 영상으로 엮어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적지 않은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랬다. 이 영상의 내용들은 내가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타인에 대한 비방이고 모욕을 주는 범죄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예를 들어 김수지를 이번 사태을 촉발한 중심인물로 꼽고 경기 중 태업을 하느라 부상당하지도 않았으면서 부상당한 척 하느라 다리를 저는 “절름쥐”라고 소개하면서 그녀의 가족까지 들먹이며 비방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버젓이 올라와 조회수 20만을 가볍게 넘기고 있었다. 대체 세상이 사회가 어찌되려 이러는가? 그저 망연자실하여 몇 자 잡문을 남긴다. 버젓이 다른 사람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팔아먹고 소비하는 사회, 대체 어쩌자고 이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