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물랭루즈

Moulin Rouge, Paris, France

2013. 5. 13.

 

19세기 말 파리는 아름다운 시절(Belle Epoque)을 구가하고 있었다. 역사적 격랑을 헤치고 탄생한 공화국 프랑스는 정치적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산업의 발달로 돈이 돌고 있었다. 1889년에 열린 파리만국박람회는 이 아름다운 시절의 상징이었다. 에펠탑도 1889년에 세워졌다. 이런 시기는 유흥의 시기고 돈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은 이런 때 업소를 차리는 법이다. 두 명의 동업자가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자락에 대형 캬바레 물랭 루주(moulin rouge)를 오픈한 것도 1889년이었다. 업소 간판 위에 업소 이름을 상징하는 빨간 풍차 물랭 루즈를 얹어 한껏 멋을 부렸다. 세상 모든 것에는 원조가 있는 법이니 오늘날 먼 극동에까지 건너와 이름값으로 고생 좀 하고 있는 캬바레의 원조는 프랑스고 또 그 지존은 단연 물랭 루주다. 물랭 루주에서는 가수가 노래를 불렀고 오페르타와 코메디가 공연되었는데 그 중 압권은 무용수들의 춤이었고 특히 젊은 여자들이 치마 입은 다리를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캉캉춤(can-can dance)이었다. 원래 매춘부들이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추던 춤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물랭 루즈의 캉캉춤은 라 굴뤼(La Goulue)와 잔 아브릴(Jane Avril) 같은 스타 무용수를 낳았고 이들의 모습을 담은 로트렉(Toulouse-Lautrec)의 공연 포스터와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로트렉은 물랭 루주의 광고전단 포스터를 그렸고 이는 물랭 루주의 인기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대중의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세상사 모든 일에 부침이 있듯 물랭 루주의 아름다운 시절도 세월 따라 변했다. 라 굴뤼도 잔 아브릴도 사라지고 로트렉 마저 가버린 물랭 루주는 세월의 부침에 따라 업태를 바꾸어 가다 1920년대에는 영화관으로 개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캬바레의 생명력과 물랭 루주의 전설은 끈질겨서 나처럼 파리에 가면 꼭 찾고 싶은 곳으로 물랭 루주를 꼽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물랭 루주 역시 캬바레로 다시 오픈하여 오늘날에는 한꺼번에 무용수 100명 이상이 등장하는 멋진 쇼를 무대에 올리는 파리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여행 중 몽마르트르 언덕에 올라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그 언덕 자락에 위치하는 물랭 루주를 다음 행선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지하철로 이동할까 했지만 지나는 행인에게 물으니 조금만 가면 된다 하기에 걸어서 물랭 루주로 갔다. 지도로 보아 지하철 두 코스 거리였는데 걷다 보니 만만찮은 거리여서 걷느라 꽤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남았다. 물랭 루주 앞에 도착 그 빨간 풍차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으면서 미성년자는 입장할 수 없다니 오늘날 물랭 루주의 캉캉춤은 여자 무용수들이 반바지 입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캉캉춤이 아니라 비키니 입고 다리를 쩍쩍 들어 올리는 진짜 어른용 캉캉춤일까 궁금했다. 다행히 우리 가족 일행에는 미성년자가 있어 물랭 루주에 입장할 수 없었다.

프랑스 파리 물랭루즈

Moulin Rouge, Paris, France on 13. 5. 2013

 

BGM

I Love Paris by Avalon Jazz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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