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브로디스 클로즈

2012. 6.

Brodie's Close, High Street, Edinburgh, Scotland

 

조합장 즉, 디콘(Deacon) 브로디(Brodie)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윌리엄 브로디(William Brodie)는 18세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가구 만드는 장인(cabinet-maker)이었는데 동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얻어 조합장의 지위에까지 올랐으며 이 때문에 에든버러 시의회 의원 자리와 법원 배심원 자리까지 차지한 모범적인 에든버러 시민이었다. 그는 특히 가구 잠금 장치를 고안하고 수리하는 기술이 뛰어났으며 명망 있던 예술가와 교류했고 상류층 사교클럽의 회원이기도 했다. 참 선냥하고 훈융한 에든버러의 시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의 낮 생활이었다. 밤이 되면 그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 했다.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부자들 집에 쉽게 드나들 수 있었던 브로디는 직업에서 얻은 기술을 이용 부자들 집에서 값비싼 물건들을 훔쳤던 것이다.

 

그는 스릴을 즐기기도 했거니와 몰래 두 명의 애첩까지 두고 있었기에 돈이 궁해 도둑질을 했다. 낮에 선량한 시민이었다가 밤에 도둑으로 변신한 그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져서 나중에는 은행 금고 열쇠를 몰래 복사해두었다가 밤에 은행 금고를 털기도 했고 내친김에 부하들까지 고용한 범죄단까지 조직하게 되었다. 그러나 도둑이 간덩이가 커지면 꼬리가 잡히는 법이다. 그는 대담하게도 부하들과 함께 무장 강도단을 조직해서 에든버러 시내 공회당에 있는 세무서를 털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범행은 실패로 돌아가고 오히려 범행 도중에 부하 하나가 붙잡히는 통에 그 일당의 범죄 행각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붙잡힌 브로디의 졸개 에인즐리(Ainslie)는 저만 살겠다고 브로디와 그 일당의 여죄를 낱낱이 경찰에 자백하고 말았다.

그때까지 붙잡히지 않았던 두목 브로디는 당시 많은 범죄자들이 그랬듯 신대륙 미국으로 도망치려고 일단 네덜란드로 줄행랑을 쳤지만 끝내 암스테르담에서 체포되어 에든버러로 송환되어 재판을 받고 교수형 당했다. 사형되기 전에 교수대를 고안한 사람이 바로 브로디였고 그 교수대에서 사형을 당한 첫 범죄자가 바로 브로디 자신이었다는 기막힌 야사가 스코틀랜드에서 따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다른 야사에 따르면 브로디는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사형집행인을 매수해서 목에 은으로 만든 튜브를 걸고 교수대에 올랐는데 이 야사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는 그의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만 것 같다. 사형을 당한 브로디의 시신이 에든버러 시내 베클루교회(Buccleuch Church)에 매장되었다는 정사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없어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것이 야동도 아닌, 야설도 아닌, 야사도 아닌 야사라서 사형집행 후에도 파리에서 브로디를 봤다는 사람이 나타나는 등 그에 대한 루머는 한참 동안이나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다고 힌다. 이 희대의 도둑놈 브로디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어 스코틀랜드의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이 쓴 명작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의 모티브로 세상에 재 탄생하게 되었다. 작가 스티브슨의 부친이 브로디가 제작한 가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한편 브로디의 이름을 내건 영국식 선술집 펍(Pub)도 적지 않아 스코틀랜드의 던디(Dundee)에도, 미국 뉴욕에도 디콘 브로디 선술집(DEACON BRODIE’S TAVERN)이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원조는 따로 있는 법, 스코틀랜드 로열 마일(Royal Mile) 거리에 있는 그가 살던 옛집 근처에 같은 상호의 펍이 일약 성업 중이고 맞은 편 이름이 붙은 골목길(Brodie’s close)을 따라 들어가는 입구에는 얼마나 고증이 잘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모형이 떡 하니 버티고서 오늘날 에든버러를, 로열 마일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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