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마곡사
2023. 10. 8.
구순을 바라보시는 어머니는 ‘젊었을 때 가본 마곡사가 그렇게 좋더라’는 말씀을 가끔 하셨다. 나이 들어 절집 구경을 다니면서부터 어머니 말씀이 떠올라 마곡사는 한번 구경 해야지 기회를 기다리다 세종대왕님 음덕으로 한글날 연휴 중 마곡사 다녀왔다.
편지를 쓰고 싶은 흐린 가을 하늘 아래 보슬비 내리는 날 마곡천이 휘돌아 흐르는 태화산 골 깊은 터에 마곡사가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진 찍기 좋지 않은 날이었지만 걷기 좋은 날, 절 구경하기 좋은 날이었다. 마곡사는 다소곳하고 아기자기 하다는 표현이 퍽 어울릴 만큼 그간 내가 가본 이름난 사찰 중 규모가 작은 편인 절이었고 허우대로 보자면 야무지게 바닥 공구리 치고 장하게 돌계단을 친 이웃 예산 수덕사에 견주어 쨉도 안 되는 절이었다. 하지만 그 허우대 장한 수덕사는 껴들지도 못한, 무려 유네스코(UNESCO)가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라는 테마로 세계 유산(World Heritage)으로 인정한 우리나라 일곱 개 사찰 중 마곡사는 당당히 그 한자리를 차지했다.
마곡사 절 구경 잘하고 돌아가는 길에 마곡사의 어떤 면을 유네스코가 인정하여 심지어 세계 유산으로 인정했는가 생각해보았지만 안목 없는 나로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내가 태어나기도 전 옛날에 어머니는 이미 마곡사의 진면목을 엿보신 것이 아닌가 그리 짐작할 뿐이다.
Magoksa Buddhist Temple
UNESCO World Heritage site as 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
Paul Pennell
「Fear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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