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강석호: 3분의 행복

20221215-20230319

2023. 1. 23.

 

오랜 세월 서울시에 세금을 냈는데 서울시립미술관, 특히 서소문본관을 찾을 때면 그간 서울시에 낸 세금이 아깝지 않다 생각하게 된다. 내 기준으로는 건축물 자체도 아름답고 꽤 수준 높은 작품 전시를 연중 대부분 무료로 연다. 그래서 휴일에 딱히 소일 거리가 없을 때는 전시 정보를 미리 검색하지 않고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다녀온다. 내 심미안이 허접해서 설치미술 작품들에는 아직 재미를 붙이지 못해서 가끔 설치미술 작품전을 접할 때는 일순 뻘쭘해지기는 하지만 ‘다음에 다른 전시보러 오면 되지 머’ 하며 미술관 1층 커피숍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특히 미술관 앞 얕은 경사가 진 미술관의 정원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

 

이번 설날 연휴 중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강석호: 3분의 행복』이라는 전시를 봤다. 전시 작품이 꽤 많았는데 작품들 대부분이 사람 모습을 스냅 사진을 찍고 사진 일부를 테이프로 가린 다음 가려지지 않은 부분을 캔버스에 옮겨 그리는 방식의 작품들이었다. 이러니 모든 작품에 따로 제목이 없어서 나같은 미술을 알지 못하는 자의 눈으로 오히려 감상하기 편했다. 거의 대부분 옷을 입은 사람 신체를 그린 작품들이라서 작품 윤곽은 옷을 입은 사람의 몸이고, 색채와 무늬는 그 사람이 입은 옷의 패턴이 되는 것이라 이것들이 꽤 근사해보이는 미술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전시 타이틀 “3분의 행복”은 작가의 수필 제목이라고 한다. 전시 작품들 사이 작가의 코멘트를 프린트해 소개시켜 놓았는데 “내가 고민하고 있는 ‘관계’라는 테제는 어쩌면 회화라는 형식 이전에 사람에 관한 그 무엇이었을지 모른다.”와 같은 작가의 심오한 코멘트가 내 가슴을 울릴 수 없었고 그저 좋아 보이는 그림들 많이 구경해서 즐거웠다로 허접 전시 관람평을 마무리하겠다.

 

작가는 가구와 생활용품의 수집과 제작에도 조예가 깊어서 작가가 독일 유학시절 수집한 바우하우스 제품과 자작한 생활용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어서 보는 눈이 즐거웠다. 좋은 전시 보고 나왔는데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내 얼굴에 찬 겨울 바람이 씽하게 끼쳐 잠깐 눈이 따가웠다. 그야말로 한창인데, 절정인데, 작가 강석호는 안타깝게도 2021년 만 50세 나이로 사망했다 한다. 나와 같은 미알못들에게 눈 호강하라고 좋은 작품으로 보시 실컷하고 피안으로 날아간 것이리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시

『강석호: 3분의 행복』

Exhibition - Seok Ho Kang: Three Minute Delight SeMA(Seoul Museum of Art) Seosomun Main Branch

2023. 1. 23.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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