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자전거 몰고 나가려고 일기예보를 살펴 보았더니 봄날씨가 처녀 변덕 같겠다 한다. 새벽에는 봄눈이 내렸다 하여 베란다 밖을 쳐다보니 응달에 잔설이 앉아 있었다. 오후부터 맑은 날씨에 바람이 세차겠다 하는데 그깟 봄날씨 변덕 때문에 방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서 자전거 안장에 올라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갔는데 안장 위에서 온 몸으로 받는 봄바람은 만만찮았다.
맞바람을 가르며 마음먹은 목적지에 도착하여 잠시 가뿐 숨을 고르고 앉았는데 마침 자리가 고대광실 솟을대문 앞이라 내 자전거를 문앞에 슬그머니 들이밀고 못찍은 사진 한 장 박았다. 저 단단한 대문을 활짝 열어 젖히면 그 안에 봄이 펼쳐져 있을 것 같은데 문은 열지 못하고 담장 아래서 몇번 알짱거리다 자전거 핸들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억지로 문을 연다고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곧 봄이 저 높은 솟을대문을 열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