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해외영업부 김부장을 봤다. 나와 비슷한 연배지만 일하는 분야가 달라 그와는 사내에서 마주칠 때 가볍게 눈 인사 정도만 주고 받는 사이다. 내가 영국 지사로 발령 받아 나갈 때 그는 본사 영업부에서 일했고 내가 임기를 마치고 서울 본사로 귀임할 무렵 그가 해외 지사 발령을 받아 나가 최근에 돌아왔으니 7년만에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볍게 목례를 주고 받은 후 그의 모습을 곁눈질로 살펴보니 7년 동안에 많이 늙어 보였다. 7년 전에도 탈모 기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의 앞머리 모발은 이제 몇 가닥 남아 있지 않았고 예전에 매끈해서 다소 날카로워 보이던 그의 턱선은 무뎌져 있었다. 어색한 인사를 주고 받은 후 5층에서 그가 내리자 혼자 남은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담긴 내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다행히 아직 내 모발은 건재하나 김부장의 얼굴과 닮은 내 얼굴이 거울 속에 담겨 있었다.
어렸을 때 버스를 타면 길가의 집들이 지나가고/ 버스는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어렸을 때 물가에 서면 물은 가만히 있고/ 내가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 버스를 타면 집들은 가만히 있고/ 나만 달려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물가에 서면 나는 가만히 있고/ 강물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늙는 것의 서러움, 마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