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화교교차로 근처
2018. 4. 4.
목련(木蓮)이 있는 골목에서
김윤성(金潤成) 시
담장 안에 목련(木蓮)이 있는 골목.
아침 저녁으로 지나면서
나는 보았을 뿐이다.
나날이 봉오리가 부풀어선 난숙(爛熟)한 가슴으로 터지던 것을.......
어느덧 그 목련(木蓮)이 진다.
그 봉오리가 피어날 때까지
아마 일주일(一週日)은 걸렸을까
오고 가며 내 눈 여겨 피우던
그 일주일(一週日)이
지금은 바람에 흩날린다.
떨어져 나간 목련(木蓮)꽃 자리에
조수(潮水)처럼 밀려와 앉는 계절(季節)ㅡ
아, 은(銀)빛으로 반짝이는 햇살.
나무에 새가 앉아 있듯이
지금은 기막히게 평안(平安)한 골목 안의 목련(木蓮)을 본다.
베란다 아래 화단에 목련이 움을 틔웠다. 꽃 필 때 목련보다 아름다운 꽃 없고 꽃 떨어질 때 목련보다 추한 꽃 없다고 한다. 이제 곧 세상 아름다운 목련 꽃이 만개할 것이고 또 봄이 터지면 그 충격으로 목련 꽃이 후두둑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베란다의 난간에 기대서서 아직 봉우리도 틔우지 못한 목련의 가지 끝을 바라보며 결국은 추하게 떨어질 목련의 개화를 기다린다.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피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서울 양화교교차로 근처
2018. 4. 4.
배경음악
미샤 마이스키 첼로 연주
「청산에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