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015년 봄 부처님 오신 날에 북한산 백운대에 처음 올랐다. 산행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다가 지인들과 함께 북한산 백운대 정상을 밟은 들뜬 기분에 다음 산행은 내가 다니는 서울 시내 어느 곳에서나 잘 보이는 북한산 보현봉에 오르겠다 일성을 토했다.

보현봉에는 오르지도 못하고 그 다음 달 큰 사고를 당하여 한 달 동안 병실에 누워 있었다. 병실 병상에서도 북한산 보현봉은 잘 보였다. 퇴원과 회복, 일상 생활로의 복귀 과정을 거쳤지만 워낙 중상을 입은 탓에 무리한 운동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보현봉 동생 같은 형제봉 정도야 괜찮지 않겠냐 싶어 오늘 평창동 쪽에서 형제봉 산행에 나섰다. 내 얕봄이 부끄럽게도 형제봉도 가뿐하지 않았다. 중간에 발길을 돌려 하산하나 고민하다가 끝내 불편한 다리를 끌고 형제봉 꼭대기에 올랐다. 형제봉 꼭대기에서는 형님 같은 보현봉이 더 잘 보였다. 내친 김에 형제봉 능선을 따라 대성문 대남문까지 밟아보나 하다 다리가 저려 국민대학교 앞길로 하산하고 말았다

이 짧은 산행에 대한 잡문을 남기려니 산행 중 내 마음 속에 출렁이던 지난 일에 대한 온갖 감정은 다 말라버리고 건조한 쭉정이만 남은 것 같다. 하산길 이어폰 속에 울려 퍼지던 좋아하는 노래 한 곡만이 혼자 산행 중에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한 바가지나 쏟아낸 내 마음을 달랠 뿐이었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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