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 오치균 │ 2008 │ 서울미술관

일주일 째 지속되는 한파 속에서 지난여름 이후 다 보지 못한 EBS의 한국기행을 내려 봤다. 베란다 밖은 영하 15도 한파인데 화면 속 "한국기행"은 파란 가을 하늘이 이어지고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감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감은 붉디붉었다. 그제야 오래전 전시 구경하다 사진으로 찍어온 화가 오치균의 “감”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감나무에 매달린 붉은 감을 담은 사진은 많을 것인데 방송화면을 쳐다보다 문득 회화 작품을 떠올리고만 까닭은 왜일까?

감 │ 오치균 │ 2008 │ 서울미술관

그것은 똑같은 장면을 포착하고 있지만 방송 화면이나 사진 보다 회화가 담는 시간의 깊이 때문일 것이다. 화가는 오랜 시간 동안 감나무 아래 앉아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빨갛게 익어 가는 감을 쳐다보았을 것이고 그 시간만큼 또는 그 보다 더 오랜 시간 물감을 찍고 캔버스 위에 붓질을 하며 자기가 본 파란 하늘과 붉은 감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회화에는 그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들었을 것이다. 동영상과 사진이 넘치는 시대, 우리가 회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예술로 치는 이유를 이 엄동 겨울 밤 전시에서 사진으로 담아온 작품 하나를 앞에 두고 생각한다.

감 │ 오치균 │ 2008 │ 서울미술관

 

201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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