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 과지초당 · 추사박물관

2022. 10. 30.

Gwa-ji-cho-dang and Chusa Museum, Gwacheon-si, Korea

조선 후기 뛰어난 학자이자 예술가로 이름을 떨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는 천재로 불리기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방면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출신 집안 역시 짱짱한 요즘말로 인싸 중 인싸였다. 당연히 과거 급제를 통해 행정 관료로, 정치인으로 탄탄대로를 밟게 되지만 벼슬살이 중 조선 후기 세도가문 사람들과 척을 지고 말았으며 나중에 이들로부터 보복성 징벌을 당해 일생 동안 합하여 12년 간 귀양살이를 하게 된다. 걸작 세한도(歲寒圖)가 제주도 귀양살이 중 창작된 작품이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추사의 마지막 귀양살이는1851년 그의 나이 65세때 일로 함경도 북청까지 쫓겨나게 되는데 이 귀양살이는 이듬해에 풀려 부친이 경기도 과천에 마련해 놓은 별장에 과지초당(瓜地草堂)이라는 옥호를 붙이고 과천에서 말년을 보내다 1856년 7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한편 경기도 과천시에서는 위와 같은 인연으로 2007년에 과지초당이 있던 자리를 발굴해 조선 후기 사대부 가옥을 복원시켜 놓았고 2013년에는 과지초당 곁에 추사박물관 건립하여 일제 강점기 추사연구가로 유명한 일본인 역사학자 후지츠카 지카시(藤塚?)로부터 기증받은 추사의 작품과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과지초당의 존재는 몇 해 전 유홍준의 책 『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를 읽고 알았는데 가을이 깊은 지난 일요일 자전거 타고 거길 가봤다. 최고의 우리 미술사학자이자 추사전문가로 꼽히는 유홍준의 책을 나는 이미 여러 권 읽었고 추사의 평전격인 『추사 김정희…』를 읽었지만 추사의 학문과 예술세계는 여전히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에 있고 그것을 이해하고 싶다는 기대 역시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추사박물관 안에 들어가 전시 작품을 구경하지는 않았으며 과지초당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옥호는 초가집, 초당(草堂)이되 그 자리에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터를 잡아서 복원된 과지초당이 추사가 기거하였을 당시 모습으로 재현된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추사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들, 과지초당이 엉성하게 복원되었든 무슨 상관인가? 안양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길 관악산 남사면의 양지 바른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과천의 가을 단풍이 절정이었고 또 장관이었으며 휴일에도 찾는 사람 드문 과지초당의 툇마루에 혼자 앉아 쬐는 가을햇살의 온기로 바로 이 맛에 자전거 타고 여행 다닌다며 행복했다. 추사의 가을도 서울과 과지초당이 터 잡은 과천 사이 남태령 고개길에서 바라다 보이는 관악산에 깃들어 있으리라. 그 느낌이면 족하지 않은가?

경기도 과천시 과지초당 · 추사박물관

2022. 10. 30.

Gwa-ji-cho-dang and Chusa Museum, Gwacheon-si, Korea

 

음악: 김영동 곡 「산행」

BGM: Kim Young Dong’s “San-Haeng” (mountain tra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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