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tory.teller 2021. 10. 6. 15:01

FROM DVD "THE DANCE", 1997

영국에서 일할 때 사무실에 하워드(Howard)라는 성을 가진 여직원이 있었다. 제니는 비교적 젊은 편이었고 싱글로 알고 있었기에 본가 성이 하워드겠거니 생각했는데 친한 사이가 되어서야 제니가 어린 나이에 이혼한 적이 있고 하워드는 전 남편의 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가 성이 다른 사람들이 발음하기 쉽지 않고 하워드라는 성이 익숙해져서 별 생각 없이 계속 하워드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먼 극동에서 영국까지 일하러 간 나로서는 그때 가벼운 문화충격 같은 것을 느꼈는데 꼭 하워드라는 이름이 편해서 이혼 후에도 전 남편의 이름을 바꾸지 않고 그냥 쓰는 것만은 아니리라 그때 아주 잠깐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옛 직장동료 제니 하워드에 얽힌 생각이 떠오른 이유는 요즘 즐겨듣고 있는 팝 밴드 플리트우드맥(Fleetwood Mac)의 노래들 때문이다. 플르트우드맥의 전성기는 이글스(Eagles)의 전성기와 겹치고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전성기와도 겹쳐서 당시 이 먼 극동에서 팝쏭 꽤나 듣던 사람들의 귀를 그다지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그때는 나도 어렴풋이 그런 팝 밴드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말았지만 21세기에 유튜브를 통해 다시 듣고 보게 되는 플리트우드맥의 연주와 노래는 과연 20세기 최고의 팝 밴드라는 정의가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플리트우드맥은 1967년 드러머인 믹 플리트우드(Mick Fleetwood)와 베이스 기타 연주자인 존 맥비(John MacVie)를 근간으로 영국 런던에서 결성되었고 1970년 존 맥비의 아내이고 건반 연주자이자 보컬리스트인 크리스틴 맥비(Christine MacVie)가 합류했으며 1975년 린지 버킹엄(Lindsey Buckingham)이라는 미국인 남성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 그리고 그의 연인이었던 스티비 닉스(Stevie Nicks)라는 여성 보컬리스트가 합류한 후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대박을 치고 말았으니 이후 밴드는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과 영국 대중 음악 무대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한편 존 맥비와 크리스틴 맥비는 1976년 이혼했고 결혼 전 이름이 크리스틴 퍼펙트(Christine Perfect)였던 크리스틴 맥비는 이후 두어 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것으로 위키사전에 소개되어 있지만 존 맥비와 이혼한 후에도 크리스틴은 계속 크리스틴 맥비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꼭 맥비라는 이름이 퍼펙트라는 이름보다 부르기 쉽고 편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21세기에 듣는 20세기의 슈퍼 밴드 플리트우드맥의 연주와 노래는 대단하다. 특히 린지 버킹엄의 기타 연주와 보컬은 현란하고 스티비 닉스의 보컬은 화려하다. 그럼에도 내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는 플리트우드맥의 노래 첫 머리는 언제나 크리스틴 맥비의 보컬이 실린 곡으로 시작된다. 1943년생 이 영국 할매에 대해 요즘 내가 느끼는 각별함에 대해 굳이 가져다 붙이자면 내가 아는 영국식 시크함이 매력이라고 할까. 다만 그저 「어디서나」(Everywhere) 요즘은 크리스틴 맥비의 보컬이 실린 플르트우드맥의 노래를 듣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