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 로그/어쩌다 본 그림
빈산에 사람도 없이
the.story.teller
2021. 3. 16. 10:10
조선 후기 최북(崔北)이라는 화가가 있었다. 글 읽는 선비들이 재미로 남긴 그림이 많던 시대 호생관(毫生館) 곧, 그림 그려 밥 벌어 먹는 이라 스스로 칭했던 사람이다. 본인 이름인 북(北)을 파자해 스스로 칠칠이(七七)이라고도 했다. 언제 태어났는지 그리고 언제 세상을 등졌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18세기, 숙종 연간에 태어나 마흔 아홉이던 영조 연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술 즐겨했고 술 마시고 부린 기행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기행까지는 몰라도 술을 즐겨 하셨다니 부쩍 살갑게 느껴지는 분이다. 책에서 이분이 그린 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라는 그림을 봤다. 저자는 이분의 일생을 무척 극적으로 표현하며 이 그림을 두고 쓸쓸한 느낌이라 했다. 그림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얹혀 있다.
빈산에 사람도 없이 물 흐르고 꽃 피었다 空山無人水流花開
빈산에는 사람 없었던 것이 아니라 나만 있었고 나 혼자 물 흐르고 꽃 피는 그 삼라만상의 아름다운 이치를 혼자 즐기고 그 순간을 화폭에 담았던 것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자니 그림에 붙은 글은 빈산에 사람 없다 해석할 것이 아니라 빈산에 아무도 없이 나만 있었다고 번역함이 마땅할 것이고 그래서 책 속에서 이 그림을 보는 동안 내내 최북이라는 분이 부러웠다. 흔한 말, 인생 뭐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