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지식은 책을 통해 형성되고 체험을 통해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책상에서 얻은 지식만으로는 반쪽 짜리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옛 현자들이 강조한 것이 지식의 실천이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미국 대학 강단에서 노동경제학을 가르치던 마이클 예이츠(Michael Yates)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학위를 양산하는 기업처럼 변모해가는 대학 강단에 환멸을 느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에 미련 없이 교수직을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5년간 미국 전국을 떠돌면서 저임금의 노동을 몸소 체험하며 여행기를 남겼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존스타운 캠퍼스(University of Pittsburgh, Johnstown) 에서 노동경제학을 가르쳤던 마이클 예이츠는 2001년, 쉰 다섯 살이 되자 학교를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그 길로 미국 전국여행에 나섰다. 쉰 다섯은 그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나이였다. 그 연금으로 노후 생활과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서 때때로 휴양시설 직원으로 혹은 전업을 살린 파트타임 강의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숙식은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며 전열기로 음식을 데워 먹으며 해결했다.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보고 거대한 미국 전역을 방방곡곡 떠돌아 다닌 여행과 그 여행 끝에 내놓은 여행기,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Cheap Motels And Hot Plates)에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책을 읽으며 은퇴한 노부부의 좌충우돌 미국 전국 방랑 여행기를 읽은 듯 하여 훈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훈훈한 이야기로 이 책을 그냥 흘려 버리기에는 책 속에 담긴 미국 사회비판이 너무 치밀했다. 책은 오늘날 미국에서 일어나는 온갖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고발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을 읽을수록 그 고발을 미국의 문제로만 간주하기에 우리 사회의 모습 또한 저자가 고발하는 미국의 불평등, 부조리와 너무도 닮아 있어 놀라게 된다. 미국 전역에 만연한 환경 파괴,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착취를 일삼는 부도덕한 기업들, 사회 전반에 깔린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인종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미국만의 문제라 치부할 수 있을까?
세상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책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골수 좌파 경제학자가 무사히 미국 유수의 대학교에서 정년까지 교수를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그 미국의 긍정적인 힘은 아닐까? 문제는 미국을 닮고 싶어 안달이 난 이 땅의 사회 지배층들이 저자가 비판하고 있는 미국의 어두운 면, 특히 이미 용도 폐기된 이른바 신자유주의와 같은 면만 닮고 싶어할 뿐 이런 미국의 긍정적인 힘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되새겨 가슴에 남겨야 할 많은 것들로 가득 찬 책 한 권 이었다.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