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골프장
영국 서퍽 올드 펠릭스토우, 펠릭스토우 페리 골프 클럽
Felixstowe Ferry Golf Club and Old Felixstowe, Suffolk, UK
2011. 8.
영국 남동부 해안도시 펠릭스토우(Felixstowe)는 영국 최대의 무역항이지만 상주 인구 3만 명 정도 거주하는 소도시다. 인근 배후 도시로 인구 30만 명의 입스위치(Ipswich)가 있고 유서 깊은 대학도시 캐임브리지가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이며 런던까지는 한 시간 반 가량 걸린다. 영국 주재원 생활을 하며 펠릭스토우와 인연을 맺었는데 짧은 내 귀로 현지인의 발음을 아무리 들어도 휠릭스토- 강세 두 번째 음절 -로 들렸는데 네이버도, 두산백과사전도 펠릭스토우라 하니 나도 펠릭스토우라고 쓰겠다.
인구 3만의 펠릭스토우에는 펠릭스토우 페리 골프 클럽(Felixstowe Ferry Golf Club)이라는 파 72, 열여덟 홀 짜리 코스 한 개와 아홉 홀 짜리 코스 한 개를 가진 1880년에 처음 문을 연 골프장이 있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이고 한편으로 그것 빼고는 그다지 쳐줄 것이 없는 골프장이며 특히 바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에는 게임 망쳐먹기 쉬운 골프장이기도 하다. 골프 코스 사이에 왕복 2차선 일반 도로가 나 있는데 라운딩을 중에 혹시나 삑사리 난 내 골프공이 도로를 따라 산책하는 사람의 뒤통수를 까지나 않을까 통행하는 차량 유리창을 깨먹지나 않을까 살짝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골프장의 끝이자 골프장 사이로 난 도로의 끝은 북해로 열린 디벤(Deben)강 하류 선착장(ferry)인데 선착장에는 펠릭스토우보다 더 작은 강 건너편 시골 마을 보우시(Bawdsey)를 이어주는 나룻배가 하루 몇 차례 운행 시간표에 맞춰 왕복 운항을 하고 있다.
펠릭스토우 페리 골프 클럽에서 골프를 치다 아름다운 풍경에 넋이 팔려 찍은 옛 사진의 사진 정보를 읽어 보니 그 시원하고 서늘한 마른 바람이 눈 부신 태양 아래 끊임없이 불어오던 영국의 여름, 그 바닷가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 짧은 여름이 가고 나면 골프장은 고사하고 거리에서조차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거센 비바람과 음습함의 계절이 길게 이어진다는 것을 영국 생활 끝에 이제는 알고 있어도 오늘처럼 습하고 더운 서울의 여름 밤에는 그 짧았던 영국의 여름이 많이 그립다.
영국 서퍽 올드 펠릭스토우, 펠릭스토우 페리 골프 클럽
Felixstowe Ferry Golf Club and Old Felixstowe, Suffolk, UK
20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