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이야기

델프트 풍경

the.story.teller 2020. 3. 13. 10:40

베르메르, 델프트 풍경, 1661년 경,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 마우리츠하위스미술관

Johannes Vermeer, View of Delft, c. 1660 - 1661, Royal Picture Gallery Mauritshuis, Hague, the Netherlands

 

네덜란드 델프트

Delft, the Netherlands

2012. 8. 25.

 

BG: Sarah Chang  Salut damour Op12  Elgar  장영주  사랑의 인사  엘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지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을 미리 알아야 하지만 북유럽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진주 귀걸이 소녀」는 그림 자체로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그에 대해 많은 것을 미리 알 필요는 없다. 영국 생활 중 내가 네덜란드를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미술작품들을 보기 위해서였고 특히 렘브란트와 베르메르의 작품들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에서 나는 렘브란트의 「야간순찰」을 봤고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을 봤다. 그러나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미술관(Mauritshuis)은 내장 공사 중이라 주요 소장품들은 가까운 헤이그 시립미술관(Gemeentemuseum Den Haag)으로 옮겨 전시되고 있었으며 게다가 마우리츠하위스의 엑끼스이자 베르메르의 걸작이라 할 「진주 귀걸이 소녀」는 일본으로 외출을 나가 시립미술관에서조차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을 봤으니까 괜찮았다. 전에 화면으로 본 「델프트 풍경」은 어둡고 음산한 느낌이었는데 「델프트 풍경」의 원작을 직관하고서야 얼마나 훌륭한 작품인지 알게 되었다. 지상 풍경 대부분은 구름이 만든 그늘 아래를 묘사한 것이었고 그 그늘 아래 풍경과 대비되는 오른쪽 햇살 아래 풍경은 눈부신 노란색 델프트 지붕과 벽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그늘은 화면이 재현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어둡고 음산해 보였던 것이다. 헤이그에서 스히담의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베르메르가 태어나 살다 죽고 묻힌 델프트에 들렸다. 델프트는 델프트 블루라고 하는 파란색 문양이 그려진 도자기로 유명하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어느 곳에나 기념품으로 그 델프트 블루를 내놓고 있었다. 유럽의 그 많은 교회 성당 어디를 가더라도 입장료를 요구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독일 쾰른성당조차 입장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델프트의 구교회(Oude Kerk)와 신교회(Nieuew Kerk)는 적지 않은 금액의 입장료를 요구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델프트 구교회 바닥에서 마흔 셋에 갑작스럽게 사망한 세기의 화가 베르메르가 영원히 잠들어 있는 그 자리를 봤으니까. 그날 델프트의 날씨는 흐리고 비바람이었다.

 

2005년에 샀던 것으로 짐작되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소설을 대충 읽다가 덮어 버렸다. 네덜란드 여행 후 그 소설책을 다시 읽었다. 그 소설은 베르메르를 그가 나서 살다 죽고 묻힌 델프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베르메르의 묘지 앞에선 내 발 끝이 담긴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베르메르의 묘지 앞에서 서 있었다는 것이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2

 

델프트 구교회 바닥, 베르메르의 묘비석

The Oude Kerk (Old Church) , Delft, the Netherlands

2012.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