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박한 나들이

신랑각시바위

the.story.teller 2019. 10. 5. 23:32

석수능선 신랑각시바위

2020. 9.

BGM: Chopin Nocturne, Op. 9, No. 2, Benjamin Lash, Cello / Matthew Hagle, Piano

옛날 이 산의 아랫마을에 믿음직한 총각과 어여쁜 낭자가 한 마을에 살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양가 집안이 대대로 앙숙으로 지내온 터라 부모들은 관계를 반대하면서 다른 사람과 혼인을 시키려 했다. 낭자는 부모님의 심한 반대를 못 이기고 깊은 밤을 틈타 집을 뛰쳐나와 산에 올라 목숨을 끊으려 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총각은 사랑하는 낭자를 찾으려 칠흑같이 어두운 산을 헤맨다. 그러던 중 산 중턱 절벽 위에 홀로 서서 세상을 하직하겠노라 마지막 기도를 올리는 낭자를 발견한다. 나뭇잎은 스산한 바람에 흔들거리고, 달빛은 그제야 휘황찬란하게 비치는 절벽, 그 앞에서 만난 이들은 손을 맞잡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서로 닦아주며 달님에게 세상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맹세의 기도를 올리며 밤을 지새운다. 절절하고 애절한 이 연인의 사연은 마침내 달님에게 전달되었다. 달님은 진실된 이들의 사랑에 감동받아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그 자리에 마주보며 우뚝 선 바위로 만들어 주었다. 이후, 산 아랫마을 선남선녀들이 이곳을 찾아 손을 맞잡고 사랑을 고백하면 혼인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결혼을 해 이곳을 찾아 기도를 드리면 옥동자를 점지해 주었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하는 행복한 가정을 성원해 주었다는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약한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산길 8km를 걸었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라 한동안 산쪽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산행 중 신랑각시바위 안내문을 읽자니 구청 공무원의 작문 실력에 감탄과 함께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산 정상에서 맞는 소슬한 가을바람에 마음까지 청량해지는 기분이었다.

산길 따라 걷는 동안 전에 눈에 들지 않던 ‘이름 모를’ 또는 ‘이름 없는’이 아니라 이름 같은 것은 몰라도 좋고 없어도 좋을 들풀 한 포기, 들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 숨을 고를 겸 폰카에 담았다. 사는 게 답 있냐 싶기도 하고 남들 다 아는 답 나만 못 찾고 있는 게 아니냐 싶기도 하다. 대책 없이 이렇게 또 덜컥 가을이 찾아 들었다.

석수능선 신랑각시바위

Seoksu Neungseon ridge of Gwanaksan mt., Seoul

202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