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리단길 갈비탕
주말에 자전거 타고 나가 점심 밥 한끼 사먹고 돌아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 점심 먹으러 찾는 동네가 망원동 일대인데 ‘망원동 맛집’이라 검색했더니 망리단 맛집 검색 결과가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진다. 무슨 '리단' 붙이는 게 유행인데 그 원조 격인 경리단길 맛집들이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로 망해버렸다는 보도를 얼마 전 접한 바 있어 망리단의 망자가 망할 망(亡)이 아니라 아마도 바랄 망(望)이겠는데 동네 이름이 영 '거시기' 하단 생각이다. 사실 그간 내 경험으로 보건대 무슨 무슨 리단길 맛집들, 가성비가 결코 좋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더러 가게가 비좁고 손님이 많을 경우 대기를 타야 한다는 게 숨길 일은 아니나 그렇다고 대놓고 자랑할 일도 아닌 것을, 나로서는 장사 좀 된다고 배짱 영업을 하는 듯 느껴져 내키지는 않았다.
이번 주말 연휴 망리단길에서 찾은 이른바 맛집들 역시 그랬다. 입구에 붙은 주차금지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로서는 경고장 같이 보여 상한 기분에 무슨 산해진미를 헐한 값에 맛보겠냐 싶어 자전거 머리를 돌리고 말았다. 이어서 검색에 줄줄이 올라온 망리단 맛집은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거나 자전거를 대기가 어려워 이대로 전에 가본 가까운 기사식당에 가서 돼지불백이나 먹나 하다가 우연히 갈비탕집이 눈에 들었다. 지하철 망원역과 가까운 망리단길 초입이라 그쪽에 들릴 일이 있다면 누구든 발견하기 어렵지 않으리라.
갈비 석 대가 들어가는 보통 갈비탕이 10,000원, 다섯 대가 들어가는 특갈비탕이 15,000원이라 보통을 시켜놓고 양이 적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살이 잔뜩 붙은 갈비탕이 나오자 특 시켰으면 다 못 먹을 뻔 했네 싶었다. 맛, 절반이 미원 덕택이겠으나 갈비탕이 왠 만하면 다 맛있지 않은가? 점심 거하게 먹은 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망리단길을 빠져나오면서 든 생각인데, 그 많은 리단길이 망해버린 까닭이 꼭 건물주가 갑질하고, 대기업 프렌차이즈 점이 몰려 들어 임대차료가 올라버린 까닭일까, 개성 있고 맛있는 음식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놓는 음식점이 있다면, 이 통신과 교통이 눈 부시게 발달한 시대에 그 음식점은 어디에 있건 성업 중이 아닐까 생각했다. 망리단길이 망하든 흥하든 잘 하는 갈비탕집은 그 자리에서 갈비탕을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