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 로그

미인, 아름다움의 역설

the.story.teller 2019. 3. 12. 16:48

The Paradox of Beauty #08-09│정명조│2009│서울미술관
2016. 1.

며칠 전 가깝게 지내는 미혼의 후배 직원과 소주 한 잔 했다. 술자리 중에 성실하고 착한 후배 직원의 결혼 문제를 이야기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모발이 빈약한 나이 마흔 줄 후배 직원이 결혼에 성공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듯해서 안쓰러운 마음에 반쯤 농담 삼아 "야, 대식아! ... 안되면 우리 우즈베키스탄으로 가자."라고 했더니 "아 ... 김태희가 밭을 매고 있다는 그곳 말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말을 듣고 이 시대 최고 미인의 대명사는 배우 김태희인가 했다.

 

라디오스타를 봤는데 배우 이하늬가 출연했다. 방송을 보니 이하늬는 김태희와 서울대학교 동창으로 학과는 틀리나 같이 스키반 동아리 활동을 했다고 한다. 다른 방송에서 김태희의 인터뷰 장면이 나갔는데 그때 김태희 곁에 배우 이하늬가 있었고 이하늬는 일반인 취급을 받아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던 모양이다. 이 장면은 이하늬의 굴욕장면으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하늬는 2006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미도 아니고 선도 아닌 진으로 선발된 공인 미인일뿐더러 방송 중에 보여주는 재치와 사교성 역시 발군이었다. 이런 이하늬를 두고 굴욕을 안긴 김태희는 과연 얼마나 미인이란 말인가?

 

지난 주말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미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전시를 봤다. 여성을 모델로 한 미술작품을 모은 전시였다. 전시 작품 중 「The Paradox of Beauty」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 두 점이 좋았는데 화사한 한복을 차려 입은 여성 등신대 뒤태를 담은 작품이었다. '아름다움의 역설'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작품 제목을 영어로 표현해야 했나, 영어 딸리는 일인으로 좀 아쉽기는 했으나 작품의 완성도는 전시 타이틀 작품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발군이었다. 작품 속에서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미인이 고개를 돌리면 김태희의 얼굴일까 이하늬의 얼굴일까 궁금했다. 이하늬였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마음이다.

 

부암동 서울미술관의 관람료는 미술관 뒤 석파정 관람을 포함 가격이다. 티켓을 끊으며 언뜻 '관람료가 왜 이렇게 비싸?'라고 생각하다 주말 오후 돗떼기 시장 같던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전』 관람료를 떠올렸다. 전시공간에서 작품 구경하고 석파정 야외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기분 전환하고 미술관을 떠나기 전 1층 커피숍에서 핸드폰으로 맞고 치면서 마신 커피 맛이 은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