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장벽기념관
독일 베를린장벽기념관
Berlin Wall Memorial
2017. 2. 17.
소련의 붕괴는 냉전 달리 말하자면 벼랑 끝 군비경쟁의 패배 때문이다. 자본경쟁 레이스에서 공산주의가 어떻게 자본주의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소련이 체제 수호를 위해 국가 자원을 쓸어 담다시피 하여 갖춘 원자폭탄, 수소폭탄은 체제 몰락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1989년 성난 베를린 시민들이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려 달려 갔을 때 동독에 주둔해있던 막강 소련의 전차군단도 무용지물이었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 통일이 되는 것을 그저 눈만 뻐끔거리며 쳐다본 소련도 1991년 스스로 무너졌다.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소련 붕괴의 신호탄이었고 그렇게 현대사의 한 장이 종말을 고한 것이다. 1987년 우리나라에서도 군사독재의 사슬을 끊으려는 가열찬 민주화 항쟁이 있었는데 그 무렵 세계 정세의 격변 속에서 왜 우리는 분단과 관련하여 아무런 의미 있는 진전을 거두지 못했을까?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 항쟁의 결과 우리가 본 것은 무늬만, 스스로 입으로만 보통 사람이었지 실제로는 군부독재를 등에 업은 부패한 권력이 권력을 차지해버린 것이었고 개인적으로는 경천동지라 할 그 세계 정세 격변에 대한 기억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이유는 그 당시 피할 수 있다면 진심 피하고 싶던 군대에 매여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베를린장벽 붕괴니 세계 정세 격변이니 그런 것보다 그때 나는 하루 하루 버텨내는 것이 절박했다. 그리고 이제와 돌이켜보니 독일 통일은 강대국의 역학이 변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흐름과 때를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흐름과 때를 타고 스스로 이루어낸 것이었다. 말하자면 소련이 통제력을 잃어버려 독일이 통일된 것이 아니라 독일이 통일 되어 소련이 무너진 것이리라. 시선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군부독재를 등에 업고 민초들을 쥐어짜는 부패한 권력이 어디 남쪽만의 문제였던가? 부패한 권력은 오직 사욕을 채우는 것 이외 세상 모든 것에 철저히 무관심하다. 대체 그 알량한 핵폭탄으로, 미사일로 무엇을 지키고자 하며 무엇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내가 보기로 그들이 자랑하는 핵폭탄, 미사일은 내부적으로 민초들을 옥죄는 비열한 사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그 사슬은 매인 자들이 스스로 끊는 것이지 사슬을 채운 자들은 절대 사슬을 풀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역사가 그리고 오늘날 세상 돌아가는 일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바와 같다.
내 옛 기억 빈칸을 매우기 위해 트램을 타고 베를린장벽기념관을 찾아가는 길 트램 정거장에 슬금슬금 빗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베를린장벽기념관은 너무 규모가 작았으며 기념관에 딸린 전망탑에 올라 보니 기념으로 남겨놓은 장벽의 흔적 역시 베를린이라는 대도시를 꽁꽁 둘러막았던 흔적 치고 규모가 너무 작았다. 베를린에서 잠시 머문 내 동선을 기억해봐도 장벽의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을 뿐 더러 과거 어디가 동쪽이었고 어디가 서쪽이었던지 조차 쉽게 가늠하기 힘들었다. 동쪽으로 알고 다녔는데 나중에 지도 검색을 해보니 서쪽이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하기야 이미 오래 전 지난 옛 일을 뿐 더러 내가 독일 사람 같아도 싸그리 지워버리고 싶은 흔적이니 뭐 하러 그 장벽을 남겨둘 것이며 이제는 다 지난 일이라는 것을 기념하기에 오히려 작은 건물 제격이었을 것이다. 별 기념할만한 기념물도 남겨지지 않은 기념관을 나와 보니 기념관 맞은 편 1961년 동독에 의해 베를린장벽이 쳐질 때 졸지에 아파트 벽면이 장벽의 일부가 되어 버린 아파트가 서 있었고 그 아파트 벽면에 당시 사진이 크게 붙어 당시 사정을 증거하고 있었다. 채 몇 백미터도 되지 않는 남은 장벽을 따라 걸으니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베를린에 마지막으로, 기념으로 남겨진 옛 장벽 일부, 나무 십자가 하나 그리고 아마 과거 분단시절 베를린장벽을 넘으려다 경비원들에게 발각되어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으로 꾸며놓은 조형물이 있었다.
동서냉전이 격화되었을 때 동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베를린으로 ‘귀순’한 사람들도 방송 화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말미에 “자유서독 만세”를 외쳤을까? 동독을 탈출한 사람들 대부분은 더 나은 삶, 경제적으로 더 윤택한 삶 오로지 그 목적으로 경계가 삼엄한 철조망과 장벽을 넘었을 것이다. 그 대가로 목숨까지 걸어야 했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 아닌가? 다행히 이제는 다 지난 일, 흔적을 봤으니 되었다 베를린장벽기념관에서 볼 게, 찾을 의미가 달리 뭐 있겠는가 하며 다음 행선 브란덴부르크문(Brandenburger Tor)을 향해 가까운 지하철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구글맵을 보니 지하철역 이름이 “Berlin Nordbahnhof”라 표시되어있어 베를린 노르트반호프라 읽고 베를린 북부역이라는 뜻이겠거니 했다.
독일 베를린 장벽기념관
Berlin Wall Memorial, Germany on 17. 2. 2017.
Bach Suite No 1 I Prelude by Cellist SungWon Yang
첼리스트 양성원 바흐 첼로 무반주 모음곡 1번 프렐류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