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립미술원
런던 벌링턴 하우스
Burlington House, Picadilly Road, City of Westminster, London, UK
영국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 RA)은 미술가의 지위 향상과 미술가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목적으로 1768년 설립되었다. 18세기 초 영국 미술계는 대륙 지향적이고 전통 지향적인 색채가 강하여 영국 미술가들이 작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미술가들은 작품 전시와 판매 목적으로 사설 단체를 조직했는데 초기 성공에도 불구하고 회원 간 내분으로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이후 보다 조직적인 미술가 협회의 필요성이 미술계에서 대두되었고 당시 영국의 저명한 건축가였던 윌리엄 챔버스가 국왕 조지 3세로부터 후원과 재정지원을 얻어 내어 1768년 영국왕립미술원이 탄생하였으며 초대 의장은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가 맡았다. 창립 후 왕립미술원은 런던 중심가 몇 곳을 옮겨 다니다 창립 100주년이 되던 1868년 현재 위치인 런던 피카딜리(Piccadilly)가 벌링턴 하우스(Burlington House)에 자리 잡았다. 벌링턴 하우스는 현재 영국 정부 소유로 왕립미술원은 이 건물을 정부로부터 무상 임대 받아 사용하고 있다.
왕립미술원은 설립 초기부터 부속기관으로 왕립미술학교(Royal Academy Schools)를 운영하였고 많은 영국 미술가들이 왕립미술학교 출신으로 또 왕립미술원 회원으로 활동하며 영국 미술 발전에 산파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 왕립미술학교는 3년 대학원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왕립미술원의 다른 중요 역할은 미술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일이다. 1768년 창립 이듬해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왕립미술원 여름전시회(Royal Academy Summer Exhibition)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 전시회는 영국 국전 격으로 능력 있는 미술가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여름전시회는 매년 6월에서 8월까지 석 달간 열리는데 오늘날 약 5,000명의 화가들이 10,000여 점의 작품을 출품하고 이중 약 1,000여 점이 입선하여 출품 작품이 왕립미술원 여름전시회에 선을 보이는 영예를 얻게 된다. 한 사람당 두 작품씩 작품 당 25파운드의 출품료만 내면 출품 자격에 제한은 없으며 다만 왕립미술원 정회원 80명은 6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여름전시회에 전시된 거의 모든 작품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며 거래 금액의 30%를 왕립미술원이 수수료로 받게 되는데 왕립미술원은 이를 재원으로 정부나 왕실로부터 재정 보조를 받지 않는다.
영국에서 일 할 때 회사 런던 사무실에서 영국 왕립미술원이 위치한 피카딜리가 벌링턴 하우스가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있어 자주 그 앞길을 지나가곤 했다. 영국에 유람하러 간 것이 아니라 일을 하러 간 것이기에 어쩔 수 없었노라 스스로 위로하기는 하지만 여름전시회의 개최를 알리는 벌링턴 하우스의 현수막이 못 찍은 사진으로 내게 남았을 뿐 영국에 있는 동안 여름전시회를 한 번도 관람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왕립미술원은 유명 미술가 중심으로 테마전을 기획 전시하는데 2012년에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전시 티켓을 손에 쥐고서도 벌링턴 하우스 앞에 장사진을 친 긴 관람 인파를 보고 관람을 포기해야 했다. 2013년에야 왕립미술원에서 열린 미국 사실주의 화가 조지 벨로스(George Bellows) 전시회를 기회로 왕립미술원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조지 벨로스의 작품보다 왕립미술원의 속내가 더 궁금했는데 벌링턴 하우스의 고색창연한 외관과 달리 그 내부는 현대식으로 개수되어 그다지 기억할만한 것이 남아 있지는 않다.
런던 피카딜리 벌링턴하우스 로열 아카데미
Royal Academy of Art, Burlington House, Piccadilly Road, London, UK
2011. 7. 10. · 2012. 2. 7. · 2013. 6. 6.
BGM: Kevin Kern “Light Spirit” Piano c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