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고기의 추억
수산물을 소개하는 다큐 방송에서 눈볼대라는 생선을 봤다. 화면으로 눈볼대의 생김새를 보자마자 저건 내가 어릴 때 먹던 ‘빨간고기’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지는 눈볼대의 소개를 보니 요즘 한 마리당 삼 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어종으로 특히 생선구이 감으로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 일본으로 수출하는 생선이라고 한다. 그 비싼 생선이 가난했던 우리 집 밥상에 올라 왔을 리 없었을 것이라 혹 내가 착각을 하고 있나 해서 검색해봤더니 생김새가 비슷한 속칭 열기라고 하는 장문볼락이라는 생선도 보인다. 사진으로 봐서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빨간고기가 논볼대인지 장문볼락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논볼대를 소개하는 글 중에 “이거 부산에서 파는 빨간고기임 일본에서는 아까모찌 라고 함 옛날에는 부산어부들이 고기잡으러 가면(빨간고기 말고) 빨간고기가 섞여 올라와서 잡어라고 생각하고 버리거나 생선팔때 덤으로 끼워줬는데 이제는 기후변화때문인지 개체수가 적어진건지 모르겠지만 고급 어종으로 취급함 일본에서 비싸게 팔린다고 함!”이라는 글도 보이니 어린 시절 우리 집 밥상에 가끔 올라오던 그 빨간고기가 논볼대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부산에서는 제사상에 많이 올라가고 지방질이 풍부해 구워먹으면 그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는 소개가 이어졌다. 옛날 내 어린 시절에는 지방이라면 돼지 비계 덩어리를 입어 밀어 넣어도 맛있었을 것이라 지방이 풍부하다는 빨간고기 구이 그 맛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아무래도 방송에 소개하는 눈볼대는 내가 기억하는 빨간고기가 맞지 않겠나 싶다. 이어지는 소개를 들으니 그 맛이 조기와 비슷하다 한다. 작고 하신 아버지 고향이 황해 바다에 면한 황해도 어디 즈음이다. 그 맛의 기억 때문에 어린 시절 가난한 우리 집 밥상에 더러 조기 비슷한 맛을 내는 빨간고기가 올라 왔던지 모르겠다. 아버지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형수는 이번 기일 제사상에 빨간고기 구이를 얹어 놓을까? 며칠 뒤 제사상에 놓일 생선이 어떤 것일지 몰라도 내 눈에는 그 생선이 장문볼락이건 눈볼대이건 빨간고기로 보일 것 같다.
"Love So Rare"
Aselin Debi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