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1: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2025. 5. 16.
BGM: Brookyln Duo - Satie Gymnopédie No.1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우리나라 초현실주의 회화 작품들을 모은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전시를 보았다. 이 전시는 우리나라 회화 작가 49분의 작품 200여 점을 건 대규모 전시지만 전시의 메인은 특히 초현실주의 회화에 천작하여 오랜 세월 작품 활동을 해온 김욱규, 김종남, 김종하, 신영헌, 김영환, 박광호 등 여섯 작가의 회화 작품들이라 할 수 있겠다.
전시가 워낙 대규모인데다 나로서는 작가들의 드로잉 작품들조차 쉽게 지나쳐 볼 수 없던 취향저격 작품들이자 걸작들이 많아 전시장에서 폰카에 담아온 작품들을 한 번에 편집하여 기록으로 블로그에 남기기도 어려워 우선 작가의 특별한 이력 때문에 더욱 인상 깊었던 화가 김종남의 작품을 먼저 편집 정리하여 전시 관람기로 남긴다.
김종남(金鐘湳, 마나베 히데오(眞鍋英雄), 1914-1986)은 경상남도 산청군 출신으로, 1934년 일본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그는 일본에 처음으로 초현실주의 미술을 소개하고 지도자 역할을 했던 후쿠자와 이치로(福澤一郞, 1898-1992)가 운영한 ‘후쿠자와 이치로 회화연구소’에서 수학했고, 1940년 후쿠자와가 주도하여 결성한 전위미술 단체 ‘미술문화협회’가 주관한 공모전에 참여했다. 전쟁의 불길이 거세질 무렵 그는 육군항공정비부대에 징용되어 항공병을 위한 교육 자료를 만드는 일에 동원되었고, 전후에는 미군부대에서 영자신문 디자인과 편집 일을 하면서 작업을 병행했다. 평생을 초현실주의로 일관한 화력(畵歷)은 일본에서도 흔치 않다. 김종남은 1950년 마나베 집안의 양자가 되어 성을 바꾸고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다. 일본 사회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가족을 지켜야했던 그는 임종을 앞두고서야 두 아들에게 자신이 한국인임을 밝혔다.
김종남(마나베 히데오)의 작품에는 초기부터 식물과 동물, 곤충 등 자연 생물이 주요 모티프로 등장한다. 대상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극사실적으로 묘사되고, 다양한 식물이 촘촘하게 들어서 대자연이 지닌 근원적인 섬뜩함을 전한다. 1950년대 이후 그의 작품은 보호색을 띤 기이한 생명체들이 식물 사이에 숨어있거나 새와 인간, 식물과 인간 등 이종(異種)이 결합된 생명체가 주인공이 되어 낯선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여기서 마나베 히데오라는 보호색을 두른 채 일본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인으로 살아야했던 작가의 내면 깊이 도사리는 불안이 감지된다. 한편 1950년대 중반 이후 그의 작품에 비행기가 종종 등장해 청년 시절 작가가 경험한 전쟁의 공포와 항공기 도면을 그리던 경험이 만들어낸 중층의 기억을 보여준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풍경(風景), 1941, 이타바시구립미술관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수변(水邊), 1941, 이타바시구립미술관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새들의 산아제한(鳥たちの産児制限), 1978,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제목 미상, 1985,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사라져 가는 ‘초록’(消えゆく「みどり」), 1982,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마른 꽃의 환상(枯花の幻想), 1981, 후추시미술관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부식하는 대지(공해 A)(腐蝕する大地(公害 A)), 연도 미상, 마다신미술관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비행기가 있는 풍경(飛行機のある風景), 1955, 이타바시미술관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대치하는 풍경(対峙する風景), - , 후추시미술관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황야에서 날개짓하다(荒野で羽ばたく), 1969,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버려진 기억(捨てられた記憶), 1978,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제목 미상, 1976,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제목 미상, 1986,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제목 미상, 1978,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은자의 유혹(隠者の誘惑), 1978, 다마신미술관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안개의 숲에서(霧の森から), 1978, 다마신미술관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제목 미상, 연도 미상,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초록의 감시자들(「みどり」の監視者たち), 1982,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나의 풍경(ぼくの風景), 1980,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제목 미상, 1985,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빵과 포도주가 있는 풍경(パンと葡萄酒のある風景), 1979,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마른 꽃(枯れ小花), 1979, 유족 소장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창(窓), 1979, 후추시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