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의 개들
컬트 영화의 원단이요 영화 몇 편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Jerome Tarantino)감독의 1992년 첫 장편 극영화 『저수지의 개들』(Reservior Dogs) DVD가 용팔이 새끼들이 설치는 용산전자상가 좌판 바닥에 뒹굴고 있다니 이건 좀 심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여간 덕분에 『저수지의 개들』 1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5.1 채널 기념판을 단돈 오천 원에 잽싸게 사들였다.
허접 기억력 탓에 『저수지의 개들』은 『유주얼 서펙트』(The Usual Suspects)와 시놉시스, 캐스트 따위가 헛갈리는데 오천 원에 영원한 내 것으로 만들어 DVD로 다시 감상한 『저수지의 개들』은 확실히 내 기억력을 깔끔하게 교통정리 해주었다. 비록 극장용 와이드 스크린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TV 화면이나마 주인공의 콧구멍 털까지도 선명한 DVD화면으로 그리고 오늘날 매머드 멀티 플랙스 상영관 부러울 것 하나 없는 5.1채널 사운드로 내 집 거실에서 다시 본 『저수지의 개들』은 십년 전 그때의 감동 그대로였다.
간단한 시놉시스 반면 복잡한 복선의 집합체가 『저수지의 개들』이다. 도둑 죠와 그의 아들 에디는 다이아몬드 가게를 터는 도둑질을 기안하고 이들이 각각 개별적으로 알고 있는 그리고 서로 알지 못하는 여섯 명을 도둑질을 위해 고용했다. 이들은 보안을 위해 여섯 각자가 자신의 신상에 대하여 일절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며 심지어 이름마저 각각 화이트, 오렌지, 핑크 등 색깔로 호명하도록 했다. 이 여섯 중에는 이 범죄자 일당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경찰 첩자가 섞여 있고 범행의 실천과 경찰의 함정이 뒤섞이는 와중에 결국 서로 죽이고 죽는 자멸에 이른다는 이야기이다.
『저수지의 개들』은 현재 시점으로 자주 과거를 넘나들고 각 등장인물의 개인 관점에서 한 가지 사건을 교차 시켜 바라보는 특이한 구조인데다 영화가 처음 나온 1992년 당시로서는 워낙 기발하고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 덕택에 장 뤽 고다르 이래 가장 뛰어난 데뷔작으로 호평 받으며 90년대 영화스타일을 창조하였다는 현란한 수식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어 왔다. 비록 일부는 쿠렌틴 타란티노의 영화가 한 시대를 풍미한 홍콩 느와르를 카피했다고 주장하나 무슨 상관인가. 이후 이어지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그의 손길이 닿은 작품들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그에 대한 폄훼가 콧잔등 사이 콧방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낌없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도 『저수지의 개들』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영화 출연자의 이름에 또 제작에 돈을 댄 공동 제작자의 이름에 하비 케이틀(Harvey Keitel)이 올라 있는데 1939년 생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에 출연한 하비 케이틀은 『저수지의 개들』 연출 당시만 해도 크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에 돈을 대고 주연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 변태 연기의 달인 스티브 부세미, 무명 연극배우에서 이 영화를 통하여 일약 헐리웃의 메인 스트림으로 부상한 팀 로스, 무기질 산마이 연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마이클 매드슨 등 출연 배우의 면면을 다시 훑어보는 것도 다시 보는 『저수지의 개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재미였다.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