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합수부
TV에서 본 어느 글 쓰는 작가의 코멘트인데 교정을 보는 사람이 작가에게 “선생님, 이건 사전에 없는 말인데요?”라고 하여 작가가 대답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여 흔해진 낱말이 사전에 올라가는 것이지 사전에 없는 말이라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단다. 안양천합수부를 소재로 잡문을 써보려다가 합수부라는 낱말이 사전에 있을까 문득 궁금하여 검색해보니 아직 국어사전에는 없는 낱말이었다. 반면 안양천합수부니 탄천합수부니 하고 검색해보면 그 결과가 줄줄이 사탕처럼 튀어나오니 아마 조만간 합수부라는 낱말이 우리 사전에 올라갈 것 같다.
오랜 세월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보는, 나는 안양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 소위 안양천합수부 일대 풍경을 좋아한다. 특히 안양천 하류의 드넓은 하상 부지 위에 구청이 조성해놓은 체육시설인 인조잔디 축구구장이며 야구장이며 테니스장 그리고 무엇보다 그 체육시설을 아름다운 병풍처럼 드리워 선 울창한 플라타너스 나무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2022년 8월, 역사에 따로 기록될 만한 폭우가 내려 안양천합수부의 체육시설들은 복구가 가능할까 의심이 들 정도로 처참한 몰골로 쓸려가고 말았다.
폭우가 내린 여름이 지나 가을이 왔고 나는안양천합수부를 통해 한강 자전거길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으며 가을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체육시설들은 속속 복구되어 지난 주 자전거를 타고 나가 안양천합수부에 나가보니 지난 여름 그 큰 비가 내렸나 그 폭우로 이 시설들이 처참한 몰골로 망가진 적이 있었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갈 때면 늘 지나치게 되는 안양천합수부에서 2022년 가을 담아온 못 찍은 사진들을 보는 소회가 하도 복잡하여 남기는 잡문이고 부쩍 가까이 다가온 이 겨울 건너 내년 봄에는 안양천합수부가 어떤 얼굴로 나를 맞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