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당천리 · 혼밥식객

독일에서 아침식사

the.story.teller 2022. 6. 23. 17:23

독일 함부르크 공항

Hamburg, Germany

2011. 7.

 

외국 나들이길에 고추장 튜브를 바리바리 싸 들고 떠나는 사람들을 나는 촌스럽다 여겼다. 영국생활 일 년여 만에 나야말로 촌스러운 놈이 되어버렸다. 어디서 무엇을 사먹건 도무지 맛이 없고 밖에서 배불리 먹어도 아니 밖에서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집에 와서 김치 몇 쪽이라도 집어먹어야 그제야 나의 미감은 편안해졌다는 위안을 받는다.

외국 오지에서 떠먹는 라면 국물 한 숟가락은 초라한 음식이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라고 누가 그랬다. 사람에게 음식보다 귀소 본능을 더 강하게 자극하는 기제는 없다는 말도 이제야 내 마음에 내려 앉는다.

출장일정을 마치고 독일 함브르크에서 런던으로 돌아가는 이른 아침 시간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억지로 먹으려고 내 앞에 놓았던 베이컨과 치즈를 얹은 호밀빵 한 조각은 느끼함의 삼단 콤보였다. 삼분의 일을 채 다 베어먹지 못한 촌놈이 그렸던 간편한 아침은 맑은 콩나물국 한 그릇과 흰 쌀밥 한 공기였을 것이다. 2011